Honey Comb - A. ver.

의지수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벌써 새해가 되고 겨울이 지났군요. 포스팅을 해야죠. 이번에도 애니 포스팅입니다. 또 비교적 최신 애니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2021년 기준으로도 현재 진행형으로 방영되고 있는 애니예요. 이름은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길어서 리제로라고 줄여 부르는 애니입니다.

 

리제로도 현대 트렌드(?)에 맞게 혹은 따라서 라이트노벨 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애니화가 되어 나왔습니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두고 있어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이 화려합니다. 이런 류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검과 마법, 몬스터 등 환상 계열의 소재들로 다수 구성되어 있어요. 추가로 정령들도 나오고 아인족이 공존하며 주인공이 다른 세계에서 소환되었다, 라는 설정이 붙어 있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을 이세계물이라고 부르고 또는 소환물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세계물은 한국에서도 많이 나왔던 형태인데 저는 예전에 시중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접했습니다. 한참 호기심 많을 시기에 보기에는 재밌었죠. 지금은 이렇게 애니에서 보게 되었군요. 내용은 대체로 비슷한 편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이 어떤 우연한 계기로 차원을 넘어가서 다른 세계로 소환되고 그곳에서 적응하며 벌어지는 사건의 전개가 주된 레퍼토리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인공이 대단한 능력을 얻어서 세계를 지배하는 먼치킨물이 될 수도 있고 인물을 잘 만나서 자수성가를 하거나 아니면 그냥 특기 몇 개를 살려서 만족하고 사는 평탄한 내용이 되기도 합니다. 몇몇 변칙을 가한다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이런저런 문제를 터뜨리기도 하죠 ㅎㅎ

 

리제로도 그런 이세계물의 정석을 일단은 따라가고 있습니다. 리제로의 주인공 '나츠키 스바루'는 무려 백수로 주변의 시각으로 볼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평상시에는 게임을 하거나 덕질을 하면서 지내고 그러다가 아마도 할 게 없어서 약간의 근력 운동을 했다는 설정이죠. 그래서 악력만은 일반인보다 세다고 합니다. 복장은 일본에서 저지라고 부르는 운동복으로 돌아다닐 때가 많은 어떻게 보면 어디서나 있을 것 같은데 눈에는 띄지 않는 현대를 살아가는 흔하디 흔한 남자입니다.

 

이야기의 발단은 그 스바루가 여느 때와 같이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편의점에 들려 생필품을 사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별생각 없이 코너에 있는 잡지를 보다가 컵라면을 무슨 맛으로 살까 고민하던 그는 적당히 골라서 나와 찻길을 건너는데 그때 누군가에게 불리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눈이 감겨서 비비다가 다시 떴더니 이미 낯선 거리에서 홀로 서 있었고 느닷없이 웬 마차가 다니고 이종족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환경에 놓이게 되죠. 스바루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예상치도 못했던 이세계 생활이 자연스러운 듯이 펼쳐진 것입니다.

 

 

 

 

 

사태를 파악하고 잠시 혼란스러워하던 스바루는 자신이 무슨 선택을 받아 게임과 비슷한 세상에 온 줄 알고 처음에는 기뻐하지만 불행하게도 처해진 상황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있던 화폐는 통용이 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고 평소에 알고 있던 인식과는 다르게 아무런 능력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사는 세계만 달라졌지 평상시와 변화가 없었던 거죠.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으슥한 골목까지 잘못 들어왔다가 길거리의 불량배, 깡패들을 세 명 상대하게 됩니다. 이 정도는 가뿐히 이길 수 있겠지 하고 덤비는 스바루였지만 이 세계도 현실은 잔혹할 뿐이었고 금방 얻어터져서 곧 목숨을 구걸하는 처지가 되고 말아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며 절망하는 그에게 구원의 손길은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마침 지나가던 은발의 미소녀가 그 광경을 보게 되고 개입을 해옵니다. 그리고 작 중 내내 얹매이게 될 운명의 인물 두 사람이 서로 만나게 됩니다. 나츠키 스바루와 아직은 정체 모를 은발의 소녀 에밀리아,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어요.

 

소녀는 정령술사라서 바로 정령술을 사용하여 커다란 얼음 창을 발사하고 간단히 불량배들을 쫓아냅니다. 그러고 나서 소중한 물건을 도둑맞았다며 혹시 보지 못했냐고 스바루를 추궁합니다. 본인을 구하려고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고 하자 스바루는 실망하지만 은발의 소녀 에밀리아는 그냥 표현이 서툰 것일 뿐이었는지 선의로 치료까지 해주고 자리를 떠납니다. 평소 꿈꾸던 미소녀를 이세계에서 만나게 된 스바루는 금방 에밀리아에게 빠져들고 마음씨도 좋다고 여기고 그녀를 따라나서기로 합니다.

 

 

 

 

 

 

에밀리아와 다시 합류한 스바루는 그녀가 잃어버린 물건을 같이 찾아주겠다며 협력하기로 하고 함께 다니게 됩니다. 에밀리아가 데리고 다니던 고양이 모습의 정령 팩과도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친구가 되죠. 그들은 잠시 고민하다 에밀리아가 거리에서 서 있다가 지나쳤던 주홍색 머리의 꼬마 소녀를 떠올리고 쫓아가기로 합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정보를 묻던 그들은 펠트라는 소녀가 비슷한 인상착의라는 것을 알아내게 됩니다. 이윽고 그들은 펠트가 살고 있다는 빈민가에 들어오게 되고 정령술사인 에밀리아가 근처 정령들의 기억을 읽어내면서 펠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은신처까지 오는 데 성공하죠.

 

그런데 여기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바뀝니다. 해 질 녘 땅거미가 내려올 무렵, 주변이 어둑해지고 음침해져서 혹시 수상한 낌새가 있으면 알려주기로 하고 스바루가 먼저 은신처로 진입을 하는데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집안은 피와 시체로 얼룩져 있었고 숨어있던 어떤 인물에게 공격을 받아 스바루가 바닥에 쓰러집니다. 그러자 이상하게 여긴 에밀리아가 무방비로 들어오다가 역시 날카로운 무기로 허리 근처를 베여 쓰러지고 둘은 꼼짝도 못 하고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죠.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스바루는 에밀리아라도 살리려고 손을 뻗지만 이내 힘이 빠지면서 시야는 끊깁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눈이 떠진 스바루는 아까 낮에 서 있던 거리에 다시 있었습니다. 손에는 가지고 있던 핸드폰과 편의점에서 샀던 과자와 컵라면. 영문은 알 수 없었지만 정신을 차린 스바루는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면서도 펠트의 은신처로 돌아갑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펠트를 만날 수 있었고 보호자인 롬 영감과도 조우합니다. 스바루가 펠트에게 사정하며 에밀리아가 잃어버린 물건인 휘장을 돌려달라고 하자 펠트는 자기도 의뢰를 받아서 물건을 맡고 있는 것이라고 하며 더 큰 보수를 내놓던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휘장을 주겠다고 흥정을 합니다. 그래서 실랑이를 하던 중 의뢰주인 검은 복장의 여인 엘자가 등장하고 스바루는 기지를 발휘해서 자신의 핸드폰을 교환해주는 대가로 휘장을 가질 수 있는 허가를 받아냅니다. 그러자 엘자는 스바루가 에밀리아와 관계자인 것을 간파하고 돌변해서 곡도를 휘두르며 장물 창고에 있던 롬 영감과 펠트를 순식간에 살해합니다. 이제야 사정을 알게 된 스바루가 위기를 느끼고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완전 사냥꾼 모드로 전환한 엘자를 당해낼 수는 없었고 배를 곡도에 갈려 천천히 고통 속에서 죽어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의식이 살아나서 다시 눈을 뜨자 스바루는 아까 낮에 서 있던 그 자리에 또 있었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때 지나가던 에밀리아를 발견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애타게 묻자 에밀리아는 싸늘한 눈초리로 돌아서며 언제 봤냐는 듯이 스바루를 쏘아붙입니다. 그녀의 반응에 충격을 받은 스바루는 지금까지 겪은 복잡한 상황까지 겹쳐서 넋이 반쯤 나간 채로 멍한 상태가 되었고 외마디 작은 탄식을 내뱉으며 챕터 하나가 종료됩니다.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면 그사이 펠트가 나타나서 자신을 못 알아보던 에밀리아와 얼떨결에 헤어지고 스바루는 거듭되는 의식의 반복 속에서 드디어 자기가 이세계에서 부여받은 능력이 타임리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명명하길 그 능력의 이름은 '사망귀환' 죽어도 부활하여 특정 장소와 시간부터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죠! 놀랍다면 놀라운 능력에 스바루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지만 곧이어 에밀리아가 휘장을 찾다 보면 엘자에게 걸려서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스바루는 자신이 어려운 처치에도 남을 도왔던 에밀리아의 착한 마음씨를 떠올리곤 모른 척 할 수는 없어 자신의 사망귀환 능력을 활용하여 그녀를 구해주기로 다짐합니다. 엘자와 만나기 전에 에밀리아에게 휘장을 찾아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스바루는 펠트를 찾아서 빨리 핸드폰과 휘장을 바꾸자고 하죠. 그러나 이쪽 시간대에서는 스바루를 처음 보는 펠트가 너무 급하게 일을 진행한다며 의심을 해서 시간을 끌고 그러다가 이번에는 장물 창고에 롬 영감, 펠트, 에밀리아, 엘자, 스바루가 전부 모이게 됩니다. 엘자는 에밀리아를 보더니 예정을 변경하여 관계자 모두를 몰살시키겠다고 날뛰고 롬 영감+에밀리아 외 나머지 일행과 엘자 한 명과 붙는데도 창자 사냥꾼인 엘자가 점차 우세한 상황이 됩니다. 먼저 롬 영감이 부상을 당해 쓰러지고 정령인 팩도 잠이 들어서 불리해지자 스바루는 펠트를 도망치게 만들고 자신이 몸으로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라 당합니다. 그때 펠트가 기사인 라인하르트를 불러와서 라인하르트가 엘자를 멋지게 물리치면서 상황은 일단 종료됩니다. 헠헠,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길어지는군요.

 

 

 

 

 

이때 구해줘서 고맙다고 미소를 짓는 에밀리아의 모습이 정말 좋습니다. 이후로 스바루는 에밀리아의 은인이 되어서 그녀가 사는 저택으로 초대됩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분명히 스바루의 경험상에서는 에밀리아를 최소 세 번은 같은 시간대에서 만났었는데 사망귀환으로 여태껏 만났던 일이 초기화가 되면서 에밀리아는 스바루를 장물 창고에서 처음 보는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바루는 에밀리아를 여러 번 봐서 알고 있는데 에밀리아는 스바루를 이제 통성명을 한 사이로 인식하고 있어요.

 

이것이 사망귀환의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습니다. 스바루 혼자만 경험의 누적이 쌓일 수도 있는 것이죠. 여하튼 3~4번째의 루트를 무사히 벗어난 스바루는 에밀리아의 저택에서 생활하는 쪽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에밀리아의 저택에서는 당주 로즈왈과 시종 람과 렘 자매, 서고의 베아트리스를 만나게 됩니다. 리제로가 본격적으로 여러 인물이 등장하며 재밌어지는 시점이에요.

 

스바루가 저택에 고용해달라고 하면서 주로 람과 렘의 메이드 자매와 보내게 되고 가끔 문을 잘못 열어 서고에 있는 베아트리스를 마주치곤 하죠. 베아트리스는 저택의 서고를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하는데 박식해서 여러가지를 알고 있습니다. 외형도 롤빵 머리에 로리 체형이라 귀엽게 생겼어요. 마법도 능숙해서 마법이나 주술적인 쪽으로 지식을 전달해주곤 합니다. 람과 렘은 쌍둥이 자매로 람이 언니 렘이 동생입니다. 생긴 것도 쏙 빼닮았지만 람은 붉은 머리색이고 렘은 파란 머리색이라서 구분은 금방 가능합니다. 그리고 둘은 오니족의 생존자라서 직업은 메이드지만 오니의 힘을 구사하면 전투력도 강해집니다. 이중 동생인 렘이 인기가 많아요. 그러나 저는 썩 공감하지 않는 편인데 왜냐하면 처음에 렘이 스바루에게 마녀의 향기가 난다면서 스바루를 강하게 의심합니다. 그러다가 밤에 수상하다면서 낮에는 멀쩡히 일도 가르쳐주고 지내놓고선 마녀교도가 아니냐며 공격을 해옵니다. 마녀교도가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는데도 잘 듣지도 않고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철퇴로 무자비하게 내려찍어서 스바루를 기어이 죽게 만드는데 저는 좀 정나미가 떨어지더군요. 나중에 나오는 마녀교도들의 극악무도한 행적을 보면 이해를 못할 일도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렘이 비호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스바루는 렘에게 죽어서 사망귀환을 해요. 이후에는 어떻게든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해서 렘이 메가데레가 되긴 합니다. 그때부터는 점차 괜찮은 이미지로 나오죠. 렘이 내향적인 성격이라 설득이 어려워 보였는데 이건 스바루의 친화력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택에서의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스바루와 에밀리아는 다시 왕도로 가서 차기 왕의 후보를 뽑는 왕선에 참여하게 됩니다. 에밀리아가 초반에 잃어버린 휘장이 왕선 후보라는 표식이었던 것이죠. 그곳에서 스바루는 에밀리아 포함 5명의 왕선 후보들과 만나게 되고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누구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에밀리아는 자신이 반마의 일족인 은발의 하프엘프이며 그것이 이전 폭주해서 세계의 반을 집어삼켰던 '질투의 마녀' 와 닮은 외모임에도 왕선에 나서겠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합니다. 물론 에밀리아는 질투의 마녀와 닮았을 뿐 질투의 마녀 사테라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불신하고 모두 두려워하며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혼란스웠던 왕선 후보 개최식을 마치고 에밀리아는 저택으로 돌아가고 스바루는 왕선 후보 중에 하나였던 크루쉬의 거처에서 잠시 머물면서 그동안 피폐해졌던 신체를 치료받습니다. 그러면서 크루쉬하고도 약간의 친분을 맺게 되죠.

 

그러던 중 에밀리아 진영 쪽에 불온한 무리의 움직임을 발견했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걱정이 된 스바루는 서둘러 에밀리아의 저택으로 향하게 됩니다. 마을 하나만 지나면 될 목적지에 도착할 거리에서 숲속을 지나던 스바루는 갑자기 정체모를 괴인들이 나타났다가 고개를 전부 숙이고 사라지는 괴이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이상한 기분을 느끼면서 저택에 들어서자 방금 봤던 괴인들이 쓰러져 있거나 사람 신체의 일부 같은 것이 널브러져 있는 참혹한 사태가 벌어져 있었죠. 이윽고 자신이 알던 인물들 렘이나 람, 마을 사람들의 시체를 보고만 스바루는 비명을 지르고 에밀리아를 찾아 저택의 비밀 장소까지 들어갔다가 무슨 빙결 주문을 광역으로 발휘했는지 냉동실 같은 밀실에서 스바루는 자기도 모르게 사망 판정을 받아 사망귀환합니다.

 

루프를 해서 다시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일정 시간대로 돌아왔지만 아직 뭔지도 모를 사태에 충격을 심하게 받아 스바루는 정신이 돌아오지 않고 곁에 있던 렘이 스바루를 마차에 태워서 저택으로 향하죠. 그러자 이번에도 두건을 쓴 괴인들이 나타나서 스바루 일행을 공격하고 숫자에 밀려서 렘이 그만 스바루를 괴인들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잠시 뒤 의식을 잃었다가 눈을 뜬 스바루는 알 수 없는 동굴에서 쇠사슬로 묶인 채로 자신을 기괴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 사내를 보고 말아요.

 

그가 바로 리제로 1기 최고의 사이코이자 개성을 자랑하는 광기의 소유자 마녀교 대죄 주교 '페텔기우스 로마네콩티'죠. 리제로를 본다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첫 소개도 돌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마녀교 대죄 주교 나태 담당 페텔기우스 로마네콩티.....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해요. 일본어로 데스! (입니다) 이러는데 한순간 멍하니 보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ㅎㅎ 생김새도 녹색 머리에 푸르스름한 피부, 눈이 크게 튀어나와 있고 입도 큼지막해서 사람처럼 생긴 괴물 같은 인상을 줍니다. 행동도 이상해서 알 수 없는 몸짓을 과장되게 하면서 자해도 하고 대사도 괴상합니다. "뇌가 떨린다~~!!" 부터 시작해서 "사랑에! 사랑에! 사랑에! 사랑에!!" "사랑에 보답해야 합니다!" 이러고 "당신....나태하군요." 이러면서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는데 정말 광신교도의 주교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성우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더욱 캐릭터를 돋보이게 합니다.

 

그의 권능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첫 등장부터 스바루를 구하러 온 렘을 손쉽게 꺾어서 행동불능으로 만들고 마녀의 잔향이 강한 스바루를 의아하게 생각하다 구속한 채로 방치하고 떠납니다. 이런 마녀교도들의 무지막지한 광기와 잔악함에 분노한 스바루는 복수를 다짐하며 어찌어찌 에밀리아의 저택까지 도착하지만 이미 저택은 반쯤 무너져 있었고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배경 속에서 거대한 마수를 만나 꼼짝도 못 하고 동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사망귀환을 하죠.

 

마녀교도를 거치고 페텔기우스와 마주쳤다가 알 수 없는 마수한테까지 걸리는 과정까지가 어떻게 보면 리제로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때의 연출이 비장하고 멋지거든요. 보통 애니메이션은 한 편이 끝날 때 정해진 엔딩곡이 흐르면서 스텝롤이 나오는데 마수에게 당하면서 심각한 분위기의 전혀 다른 음악이 나오고 스텝롤도 강렬한 색이 칠해져서 마치 세기말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엔딩곡과 스텝롤을 절묘하게 바꾸고 웅장한 배경이 나오면서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스바루의 절망스러움을 한층 더 깊게 표현하는 듯하죠. 이런 연출은 슈타인즈 게이트라는 게임에서도 비슷하게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스텝롤을 거꾸로 돌려서 기묘한 느낌과 동시에 한 편의 반전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었습니다. 누구의 말 따나 역대 애니 중에 손꼽히는 연출이었다라고 할만한 것 같아요. 꼭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도 역시 요새 본 애니 중에서는 제일 좋았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망귀환을 해서 무사히(?) 이전 시간으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벌어질 참상에 질려버린 스바루는 렘과 도피를 시도하고 그것을 렘이 헌신적으로 지탱해주면서 스바루는 고뇌 끝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그는 리제로, 처음부터 다시 이세계 생활을 시작하기로 하고 정신적으로 각성해서 오리무중의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하려고 들죠. 이후 내용부터는 천천히 감상을 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사태를 해결하긴 합니다. 이제 애니 자체의 이야기도 좀 해볼게요.

 

저는 저번에 봤던 빙과의 움직임 묘사가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리제로도 좋았어요. 요즘 애니들이 모션이 세밀해지고 심리 묘사가 정밀해졌어요. 처음 에피소드에서 에밀리아의 이름을 사테라로 잘못 알고 있다가 스바루가 에밀리아를 사테라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에밀리아가 (스바루는 사망귀환을 했기 때문에 처음 봐서) 모르는 사람이라며 언제 봤냐고 쏘아붙이자 스바루가 상황을 파악을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다가 눈동자가 흔들리는 파트가 있거든요. 그것이 애니지만 정말 사람의 움직임처럼 실감 나게 표현해서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혼자 요새 애니 많이 발전했다 이러면서요. 그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어요.

 

애니메이션의 세대가 제가 보기에는 에반게리온이 나왔을 때, 또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나왔을 때의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리제로가 나온 것도 애니메이션 계에서는 일종의 분기인 것 같아요. 분명 리제로가 나오고 나서 변화가 있었을 겁니다. 아마도요. 이후 애니메이션의 행보에 영향을 줬을 거라고 봅니다. 작품이 하나가 나오면 또 다른 작품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 재밌게 느껴지는군요. 실제로 리제로 이후에 이세계물이 많이 나오기도 했어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마법 나오고 판타지 계열 좋아하고 해서 재밌게 봤습니다. 2010년대에 봤던 애니 중에서는 가장 재밌었어요. 하나 또 떠오르는 특이한 점은 이때 시기에 나왔던 애니들은 인기를 끌기 위해 신체 노출이 심한 경우가 많았는데 아니면 야한 장면을 자주 넣는다던가요. 리제로는 그런 노출이 적은 편이에요. 수위 조정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장면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보기가 편할 것 같아요. 대신에 전투 장면이 많고 사망 씬이 자주 발생해서 그런 쪽에 면역이 없다면 보기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조금은 서비스 씬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는 파인데 별다른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리제로를 논하면서 하나 더 덧붙여야 할 사항은 히로인 에밀리아의 디자인입니다. 제가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디자인이 어떻다고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적절한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군요. 그 디자인이 굉장히 좋게 나왔습니다. 눈이 흩날리는 듯한 은발에 보라색과 금색이 섞인 흰색의 복장, 장미 같이 생긴 화려한 장식은 여태껏 나왔던 히로인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자랑합니다. 여러 일러스트레이터에게도 영감을 많이 주고 코스프레도 많이 나왔다고 해요. 역시나 시대를 풍미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봅니다.

 

이런 에밀리아땅을 표현하는 단어로 적절한 것이 또 하나 있죠. 바로 E.M.T. 에밀리아땅 마지 텐시! エミリアたんマジ天使(Emiriatan Maji Tenshi)의 약자로 해석을 하자면 에밀리아는 진짜 천사 정도가 됩니다. 모두 따라 해 보아요~ E.M.T.~!! 이 단어가 나올 때의 무릎 베개 씬은 정말 진리였습니다 乃

 

에밀리아는 정령술사로의 능력도 희한한 점이 있는데 얼음을 만들어서 날리는 공격을 주로 합니다만 이것이 원리가 흥미롭습니다. 주변의 열을 빼앗아서 얼음을 형성한다는 설정이라서 실은 화염을 다루는 능력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계약하고 있는 고양이 정령 팩은 빙결(氷結) 속성 같은 것이 아니라 불의 대정령이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ㅎㅎ 그러니까 판타지도 설정이 다 똑같아 보이고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조금씩 달라지거나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걸 보면서 느꼈습니다.

 

저는 제로부터 시작되는 이세계 생활을 보면서 내용이 참 미쳤다, 돌았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요. 알고 보면 에밀리아가 불행한 여자죠. 뭘 어떻게 해도 사실은 죽을 미래가 기다리고 있죠. 결말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 스바루에게는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질투의 마녀 사테라와도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둘이 일단 외모가 똑같이 생겼고 알고 보면 스바루를 이세계로 소환한 것은 사테라로 보이거든요. 사망귀환도 사테라의 능력이라고 하고요. 덕분에 마녀의 총애를 받는다고 작중 스바루는 오해를 많이 받죠. 그렇다면 현재의 에밀리아를 구하기 위해 사실은 다른 시간대의 동일인물인 사테라가 스바루를 불러냈다, 그러면 맥락이 이어지기도 하겠네요. 진실은 작가님 마음이겠지만 여러모로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여튼 사테라가 스바루를 소환해서 에밀리아를 만나지 않았다면 리제로는 이야기가 아예 시작되지 않기 때문에 저는 역시 스바루하고 에밀리아를 가장 중요한 인물로 보고 있습니다. 스바루와 에밀리아의 관계 자체가 리제로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저는 스바루를 좋게 봤는데 제가 보기에는 너무 힘든 사랑을 하는 것 같아요. 무슨 연인을 하나 구하겠다고 수십 차례 죽음과 부활을 겪여야 하는지 보기가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그러고도 사망귀환을 하면 여지껏 있었던 일이 없던 것이 되버려서 상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면 그것은 슬픈 이야기잖아요. 실제로 에밀리아는 스바루의 행동을 이해못해서 왜 그러는지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며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있는데 울컥한 스바루가 자신은 사망귀환을 한 상태다라고 사실을 얘기하려다 마녀의 저주가 발동해서 되려 에밀리아가 사망 판정을 받습니다. 그걸 알려주려고 해도 구조적으로 할 수가 없어요. 어떡하라고?! 여기서 에밀리아의 태도가 본인에게는 통상적인 반응이었겠으나 스바루를 알고 있는 관객인 제 입장에서는 너무 야속하게만 느껴져서 당시에는 섭섭했습니다. 히로인으로는 좋지 않았죠. 그래도 에밀리아가 리제로의 진히로인이라고 보긴 봅니다만.

 

스바루가 현실에서 이룬 건 별로 없어도 기본적으로 성격도 쾌활하고 붙임성도 있고 휘장 찾기 사건에서 보면 즉흥적인 수완 같은 것도 상당합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인물인데 무슨 잘못을 그리 했다고 그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이세계로 온 것도 결국에는 마녀 때문이잖아요. 이건 작가의 농간입니다. 스바루도 작품을 잘못 만난 것 같아요 ㅎㅎㅎ

 

렘도 초반에 철퇴로 내려찍는 씬만 없었어도 더 괜찮게 봤을 텐데 약간 아쉬운 점이었네요. 나중 가면 점점 좋아집니다만. 저는 원래 파란색 계열 히로인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전 에밀리아에 한 표예요(?) 나머지 스바루나 에밀리아, 렘을 제외하면 또 좋게 본 캐릭터는 왕선 후보 5명 중에 프리실라라고 있습니다. 정열적인 이미지라 마음에 들더군요. 그밖에 인상 깊었던 인물은 역시 페텔기우스. 악당 계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도 상당하고 소재도 취향에 맞는 편이고 캐릭터도 마음에 들어서 저는 리제로를 좋은 애니로 보고 있습니다. 전개상으로는 인물 행동이 약간 어설픈 점이 있어서 비중이 큰 인물도 너무 허망하게 죽는다던가 그걸 사망귀환으로 무마하고 얼버무리는 감이 있긴 합니다만 허용 범위일 것으로 보입니다. 한창 유행하던 루프물의 성향도 엿보이는 애니죠. 호러 분위기가 날 때도 있어요.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슬슬 엔딩곡을 올리면서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엔딩 영상도 괜찮아요. 이름이 「Styx Helix」 라고 합니다. 영어가 잔뜩 들어가서 뭔가 있어 보이고 사이버틱한 느낌도 괜찮네요. 환상 계열 분위기에도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분량 조절이 아마도 실패한 것 같지만 그건 알아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ㅂㅂ

 

 

 

 

 

Re: Zero ED - 「Styx He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