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야헬로♪ 웬일로 제가 최신 애니메이션을 들고 왔습니다. 바로 귀멸의 칼날이라는 애니인데요. 2020년말 기준으로도 비교적 최근작입니다. 저도 유행을 아예 못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구요~ 그럼 포스팅을 진행해보겠습니다.

 

귀멸의 칼날은 제가 대체로 그렇지만 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인기 애니메이션이라고 영상이나 글로 떠서 한 번 보기로 했죠. 처음 접했을 때는 이미지가 시대극으로 보여서 그 특이한 컨셉으로 뜬 애니인 줄 알았습니다. 내용은 고풍스러운 옛 분위기에 요괴가 나오는 기이한 이야기 정도로 예상을 했었고요.

 

그런데 막상 보니까 이게 예상을 깨고 (이런 적도 많네요) 배틀물입니다, 배틀물! 그럼 여기서 배틀물이란 약간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동료들과 힘을 합쳐 악당들과 싸우고 모험을 하는 장편 시리즈물을 말합니다. 왕도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귀멸의 칼날은 만화책이 원작인데 주로 연재작에서 많이 보이는 형태입니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요소는 전형적인 모습의 주인공, 개성적인 여러 동료들,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와 귀여운 히로인이 가끔 나오고 마치 공식처럼 사랑과 우정과 노력으로 역경과 맞서 승리할 수 있다는 왕도적인 전개가 펼쳐지죠. 그래서 귀멸의 칼날은 예스러워 보이는 첫 분위기와는 다르게 안의 내용물은 화려하고 박진감이 넘치며 등장인물도 다채롭습니다. 추가로 제작사가 애니를 잘 만들기로 소문난 유포터블이라서 영상을 잘 뽑아냈습니다. 연출도 멋지게 들어가서 원작을 초월한 명작이 되었어요.

 

 

 

 

 

이야기의 발단은 시골에서 석탄을 팔며 가족을 먹여 살리던 소년 탄지로가 어느 날 불행하게도 오니의 습격을 받아 단란했던 가족을 모두 잃고 하나 남은 여동생마저 오니로 변할 위기에 처해 여동생을 구하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오니는 귀멸 세계관에서 나오는 요괴인데 우리말로 하면 도깨비 같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니는 인간보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지니고 사람을 잡아먹고 살며 특정 오니는 인간을 오니로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지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햇빛을 받으면 소멸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흡혈귀랑 비슷한 설정이에요. 인간을 먹을 때마다 강해지는 점도 있죠. (좀비랑도 흡사하군요)

 

그러다 보니 오니를 물리치면서 여동생 네즈코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주인공 탄지로가 갖은 고초를 겪는데 너무나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고된 수행을 거치고 귀살대(鬼殺隊)라는 오니를 척살하는 조직에 들어가서 몸을 험하게 구르는 모습이 처절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애니나 게임에서는 여동생물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보니 여동생이라는 존재는 친숙한 이미지란 말이죠. 그런 이유로 제 경우에는 감정 이입이 쉽고 강하게 되었습니다. 보다가 어떤 장면에서 간발의 차이로 기회를 놓치고 그럴 때면 같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고 아니면 조금 머리를 써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지 그러면서 해결책을 함께 궁리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초중반부터 귀살대 입문 시험을 치를 무렵에 동기 '카나오'가 나오는데 이 등장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이후부터는 카나오를 보려고 몰입도가 높아졌습니다. 분홍색+연보랏빛 등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가운데 다소곳하게 눈을 내리깔고 살며시 나비에게 손짓하는 모습이 좋지 않습니까 ㅎㅎㅎ 이 악몽 같은 상황 속에서 홀로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신비한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캬~ 예쁘게 나왔어요! 이런 카나오의 활약이 궁금해서 다음 편을 더욱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반이 지나고 후반이 될 때까지 카나오가 안 나와요 ㅠㅠ 아니, 난 카나오를 보려고 하는 건데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건지! 정말 안 나오다가 후반에 조금 나오는데 그마저도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원래 말이 없는 히로인이라고 하네요. 애니상에서는 탄지로하고 로맨스도 별로 없고 해서 존재감이 적습니다. 개성이 엷게 나와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 최애 히로인은 시노부가 되었는데요. 시노부는 귀살대의 주(柱)라는 간부로 중반 거미 오니들과 혈투를 벌이는 편부터 등장합니다. 간부들은 각자 능력이 다른데 시노부는 충주라고 해서 나비를 형상화한 기술을 구사해요. 탄지로 일행이 위기에 빠졌을 무렵 구조를 하러 처음 나오게 됩니다. 깜찍한 외모에 현란한 수법으로 오니들을 유린하며 캐릭터성을 각인시키죠. 이후로도 자상한 역할을 맡아서 탄지로 편도 많이 들어주고 실질적인 도움도 크게 되었던 히로인입니다.

 

그런 그녀의 첫 등장 씬 또한 애니 역사상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멋진 장면을 연출했는데요. 달이 뜬 어두운 밤에 하늘 위에서 옷깃을 휘날리며 사뿐사뿐 날아 내려오는데 그 모습이 정말 한 마리의 거대한 나비가 내려앉는 듯한 아름다운 자태였습니다. 화려한 옷 무늬와 고요한 음악이 어우러져서 역시 신비하고 요염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오니를 상대로 독을 쓰는 의외성도 인상적이었고 감정 표현도 다양해서 더 끌렸네요. 주인공보다 연상에 의술이 뛰어나다는 설정도 매력적입니다.

 

 

 

 

 

일단 여기까지 귀멸의 칼날을 보는 내내 느꼈던 점은 분명 재밌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겁니다. 서사 구조가 이해하기 쉽고 몰입감도 상당해서 한 편 한 편이 저는 금방 지나갔습니다. 그림체가 동글동글해서 그런지 캐릭터가 귀엽게 보이고 행동이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쪽에 맞춰져 있는 점도 특징입니다.

 

그러나 일색이 강하고 너무 잔인한 장면이 많은 점은 문제라고 봤습니다. 오니가 식인을 하다 보니 신체가 잘리고 박살 나고 피가 튀는 장면이 필연적으로 나오고 일본 특유의 기괴한 문화가 작품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보다가 사람들이 이렇게 잔인한 애니를 즐겨보고 있었다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작중 오니가 워낙 잔악무도하고 인간과 서로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절천지 원수급이다 보니 칼로 거리낌 없이 베어도 정당화가 되는 분위기라 흐름 자체는 덜 잔인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영상으로 막상 볼 때는 순화되어 표현된 듯한 느낌도 들고요. 그래도 상황을 곱씹어 보면 아무래도 무시무시한 내용은 맞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한 편으로는 현대인들이 요즘 마음에 쌓인 것이 많았나 보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상시에 마치 억압된 것 같은 일상을 장기간 보내다 보니 귀멸의 칼날의 무자비하다 못해 통쾌할 정도로 강렬한 액션을 보고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상상이 떠올라서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탄지로의 운명도 기구하기 그지없는데 호감형 스타일이라 남녀노소에게 어필하는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가차 없이 고생합니다. 귀멸의 칼날에서 몰살당하기 전 탄지로의 가족은 정말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보기 좋았는데 만일 오니만 없었으면 그들은 아주 잘 살았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세계관에 오니가 끼어드는 바람에 그것도 하필 역대급 악당 중 하나인 무잔이 나타나서 모든 것이 비극적으로 변해버렸어요.

 

중간중간에 그런 오니들의 사정도 나오기는 합니다. 오니들도 인간 시절일 때가 있어서 회상으로 사연이 비춰지죠. 그것이 비록 흉포한 괴물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일부는 가진 것처럼 묘사가 되어서 귀살대와의 전투가 더 진하게 펼쳐집니다. 귀멸은 인간이 오니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 낸 수단으로 호흡법이라는 설정도 있는데요. 무협지의 내공 심법처럼 호흡을 하면 신체가 활성화되면서 능력이 상승하고 그걸로 괴력을 발휘하는 오니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람의 성향과 체질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고 나옵니다. 탄지로는 그중 가장 익히기 쉽다는 물의 호흡을 쓰는데 제 닉네임에도 물 수(水) 자를 쓰다 보니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물의 호흡을 쓰는 척하더니 나중에 사실은 태양의 호흡의 보유자였다면서 태양의 호흡을 씁니다. 그냥 물의 호흡 잘 쓰지; 작중 오니들이 양(陽)의 기운에 약하다 보니까 쓰면 픽픽 쓰러져요.

 

귀멸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동료 중에 젠이츠라는 소년이 있습니다. 귀멸 희대의 개그 캐릭터이자 일행 중 가장 조숙하기도 하고 때로는 간지나기도 합니다. 젠이츠는 번개의 호흡을 쓰는데 평소에는 겁쟁이다가 위기에 몰려서 기절하거나 무의식 상태가 되면 숨을 들이마시면서 몸에 습득하고 있는 기술을 구사합니다. 이때 눈을 감고 형태 이름을 외치며 오니들을 무찌르는 모습이 멋있게 나와서 인기가 많아요. 조금 얼간이 같다가 진지하게 변할 때는 인상이 달라져서 그 갭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기술 이름도 멋있습니다. 칼을 꺼내며 '벽력일섬(霹靂一閃)!'이라고 외치고 천둥이 내리치는 듯한 검격을 휘두르는데 덕심이 타오를 수밖에 없는 장면입니다. 몇몇 그런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빗자루 들고 이걸 따라해보려다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말았습니다. 애니는 애니일 뿐이겠죠 ㅎㅎ

 

그밖에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귀살대 입문장이었던 등꽃산에서 두 인형 같은 소녀들의 등장입니다. 똑같은 어조로 인사를 하며 선별 시험을 안내해주는데 외모도 거의 똑같아서 기묘한 인상을 줍니다. 한쪽은 흰색, 한쪽은 검은색 머리라는 점 이외에는 키도 생김새도 같고 눈이 커다란데 안구가 소용돌이 모양이라서 보기에 따라서는 약간 소름 끼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기모노 같은 복장에 등불을 한 손에 각자 들고 똑같이 생긴 창백한 인상의 소녀 둘이 나란히 서서 정중한 말투로 같은 대사를 하는 그 장면이 어떻게 보면 귀멸의 광적인 내면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듯한 씬이었다고 봅니다.

 

 

 

 

 

썰을 풀려면 할 말은 더 많겠지만 지면 관계상(?) 이쯤 하기로 하고 마무리를 하자면 귀멸의 칼날은 수수할 것 같았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개성이 충분히 강한 애니라는 겁니다. 별생각 없이 접했다가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예상치 못한 다채로운 등장인물들과 각종 화려한 설정들은 눈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일본은 애니만 놓고 봤을 때는 일정 주기마다 역작을 한 두 가지씩 내놓는 것 같습니다. 귀멸도 그런 시대의 업적을 세울만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이미 달성해서 문화를 실시간으로 이루어내고 있기도 하고요.

 

탄지로의 귀걸이에 그려진 일장기나 풍습이라고 부를만한 강렬한 일색은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 점을 어떻게든 잠시 넘긴다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외부의 여러 걸리는 요소를 제외하고 봤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도 겉은 인간이지만 속은 오니 같은 존재들이 있어서 서로 먹고 먹히며 다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애니를 보면서 그리 심각하게 빠져들지 말자라고 평소의 낙천적인 마인드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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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범하고 반복적이기에 일견 무료해보이지만, 실상 그렇기에 더없이 소중한 일상의 나날들을 잃어버린 채 고군분투의 여정을 헤쳐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그야말로 스토리텔링의 왕도에 충실한 작품이네요.

    거기에 고퀄리티의 영상미로 유명한 유포터블의 노하우가 곳곳에 녹아들어가있다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본문에 2번째로 첨부해주신 소개 이미지만 보더라도 옛 일본 문화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겨져오는 것이, 흡사 갑철성의 카바네리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작 중 식인괴물인 오니 역시 일말의 인간성을 유지한 채 고뇌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시카바네 히메가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러고보면 저도 최근엔 폴리곤 픽쳐스 제작의 고질라 3부작(2018년)과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2019년) 이외에는 감상한 애니가 없어서 큰일(?)입니다. 점점 아는 작품이 줄어가고 있어요. llorz

    [추신] - 지수님도 즐거운 연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D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가 바뀌었네요 ㅎㅎ

      갑철성의 카바네리는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아야메 아가씨가 괜찮았....이 아니라 그것도 좀비 비슷한 것이 나오더군요.

      시카바네 히메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런 만화도 있었군요. 참고 하겠습니다~

      은하영웅전설이 애니로 나왔나 보네요. 아직 소설도 못 봤던 작품인데 소디언 님의 리플을 보면서 배우게 되네요.

      애니는 자연스럽게 소식을 알게 되거나 보다가 좋으면 보는 거죠(?) ㅎㅎㅎ

      [추신] - 연말 잘 보냈습니다. 벌써 새해네요. 연초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