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 Comb - A. ver.

의지수
문학

 

 

하라는 재밌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얘기는 안 하고 블로그에 일기만 쓰고 있군요. 오늘 밤도 일상생활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열심히 적어보겠습니다.

 

블로그 활동이 장기간으로 이어지면서 필력 상승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리저리 궁리 중이었는데 여러 시도를 해보다가 글쓰기 학원을 알아보고 다녀왔습니다. 코로나가 심하게 터지기 전에 일입니다.

 

저는 글을 잘 쓰려면 문학을 배워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학원을 찾게 되었는데 제가 그런다고 주위에서 딱히 호응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고 주로 혼자 해보고 싶어서 판단을 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집 주변에 마땅한 곳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고요. 그렇다고 인터넷 강의를 듣기에도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강으로 공부를 해본 적이 거의 없고 기왕이면 직접 대화를 통해서 익혀보고 싶었기 때문에 약간 무리를 해서 거리가 먼 곳이었지만 시간과 자금을 들여서 학원을 방문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이런 오프라인 상에 학원은 잘 안 보이는 것 같더군요. 아니면 제가 잘 못 찾는 걸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저로서는 다른 수단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일단 가보고 과정을 거쳐본 뒤에 다시 방침을 정하기로 하고 수강 신청을 했습니다.

 

그때 제가 갔던 곳이 작문을 가르치기보다는 문학을 다루는 쪽이었는데 물론 문학을 배우러 갔었지만 내심 글을 잘 쓰는 기법 같은 것이 더 궁금하긴 했습니다. 글 쓰는 능력을 올려서 작문을 잘하고 싶었죠. 저는 보이는 학원을 무작정 갔지만 그곳은 시문학을 알려주는 학원이었습니다.

 

돈을 번다고 낮에는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은 밤에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글쓰기를 배워보겠다고 학원을 온 것도 처음이고 문학에 본격적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사뭇 긴장도 되고 진지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전 아무런 근거 없이 낙천적일 때가 많으니까 무슨 대수겠냐고 애써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첫 수업에 들어가서 인사를 하는데 분위기는 괜찮았습니다. 나이대는 또래가 없었지만 함께 문학을 탐구하는 동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중앙에 앉아서 통제를 하고 있었고 저도 근처 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첫날은 뭘 배우기보다는 서로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시간을 주로 가졌습니다. 저는 어딜 가나 흔히 있는 동네 청년 일반인의 이미지였고 다른 사람들은 성별이 반반이었는데 제가 갔던 곳은 학생이 얼마 없었습니다. 이미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거나 문학의 길을 꽤 걸어서 준프로급으로 글을 쓰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같은 초보끼리 성장하는 구도로 가고 싶었는데 어디 고렙존(?)에 우연히 떨어져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학생이 있긴 있었는데 전공을 문예 계열로 택해서 대학을 다니던 여동생이 한 명 있었죠. 그런 인물들 사이에 있었으니 저는 내세울 게 작문 경력이 블로그 말고는 없다시피 해서 알게 모르게 위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특유의 베짱으로 가만히 밀고 나갔습니다.

 

제가 배우려고 학원을 온 것인데 오히려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선생님이 하라는 수업은 안 하고 제 신상을 이것저것 물어보셨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절차였겠죠.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테니까요. 어떤 글을 써봤냐는 질문에는 인터넷에 글을 써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블로그 얘기는 안 했습니다 ㅋ) 어렸을 때는 일기를 자주 썼었기 때문에 그것도 알려드렸어요. 어떤 문학을 접해봤냐는 질문에는 저는 외국 문학을 동경하던 유형이라 외국 문학 쪽으로 대답했습니다. 무엇을 배워보고 싶냐는 질문에는 평소에 글 중에서 소설을 잘 쓰고 싶었던 터라 소설에 흥미가 있다고 소설을 배우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제가 대답하는 외국 문학도 잘 알고 계셨고 소설 쪽으로도 상담해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제 쪽에서도 알게 된 점이지만 제가 간 곳은 문학 학원은 맞았지만 그 중에서도 시 쪽이 주류인 곳이었습니다. 시(詩)가 강세더군요. 어쩌면 문학이라는 분야는 시를 잘해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라면 꽝이에요. 전혀 해보려고 한 적이 없어요. 너무 추상적으로 느껴져서 아예 거리를 두고 있었던 영역이란 말입니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시를 이렇게 피할 수만 없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없었지만 어차피 문학을 하려면 거쳐야 될 것 같기는 했어요.

 

그리고 여전히 수업 진도는 안 나가고 첫 날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제게 무려 낭독을 시켰습니다. 낭독?! 초등학교 이후로는 이것도 거의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나눠준 프린트에 쓰여 있는 글을 읽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오랜만에 글을 입으로 읽으려니까 어색했습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밤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모두 모여 앉아 있는 장소에서 글을 읽는다는 것은 제법 정취가 있었다고 봅니다. 정확히 읽는 방식은 잘 기억나진 않았지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일정한 어조로 제가 글을 읽는 것을 마치자 서로 돌아가면서 정해진 파트를 낭독했습니다. 학원에 와서 낭독을 하게 될 줄은 생각을 못했는데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후로 저랑 얼마 간 대화를 하다가 제 성향을 알게 된 선생님은 과제를 내주어야 그나마 글을 쓸 것이라고 보고 다음 시간까지 제목을 하나 정해주고 글을 써오라고 하셨습니다. 마치 학창시설에 숙제를 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리하여 한 주는 가고 (일주일에 하루였습니다.) 다음 주가 되었습니다.

 

 

 

글을 작성해서 학원에 도착했지만 인터넷이 아닌 오프라인 현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이는 것도 처음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이 아닌 글을 완성시킨 적도 최근에는 없었어요. 예전에 단편이라도 써보겠다고 환상 소설, 다른 말로 판타지 소설을 단편으로 완결지은 것이 다예요. 이른바 그때 가져간 글이 처녀작인 셈이었습니다. 그걸 전달했더니 선생님을 포함, 다른 문인들도 흥미진진해져서 제 글을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글을 복사해서 나누고 이유없이 두근두근해져서 글을 읽는데 내용은 제가 보낸 일상 중에 어느 하루를 요약한 것이었습니다. 오프라인으로는 첫 글이라 마지막은 희망찬 메시지로 끝낸 글이었죠. 과제로 내온 다른 사람들의 글도 모두 보고 준비한 수업 내용이 끝나자 다음 주에도 글을 써오기로 하고 그 날 수업은 마쳤습니다. 저는 당시 제가 쓴 글의 평가보다는 그냥 반응이 궁금해서 귀가하면서 같이 수업을 듣던 작가들에게 제 글이 어떤 느낌이었냐고 물어보았는데 반응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평이었습니다. 별다른 느낌이 없었고 이제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의 수준이었다고 하더군요. 계속하다 보면 형태도 잡히고 기량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는데 순간 저는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회심의 미소가 나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딱 원하던 대답이었거든요. 너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큰 특징 없는 글이 쓰기가 어려운 것도 있고 모르는 사람에게 제 글을 보였을 때 적어도 나쁜 느낌은 들지 않는다는 평이 제게는 기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문인이 봤을 때 제 글이 어떨까의 평이 무난했다는 점도 스스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순식간에 한 달이라는 시간이 가고 하던 일이 늘어서 바빠진 탓도 있고 (자주 밤 12시나 새벽 1시가 넘어서 업무가 종료 되었음.) 먼 거리를 감당하는 것과 시간대가 안 맞는 점도 있고 해서 학원은 아쉽지만 이른 시기에 그만 다니게 되었는데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먼저 외국 문학은 번역을 통해서 전달이 되니 의미 분석이나 이해가 완전하게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국문학을 보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환상 문학보다는 우선 현실에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실력 향상에 더 좋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만하면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나가야 될 길도 대강 잡히고 일반인 치고는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아마 현실에서는 처음으로 문인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는 점도 제게는 의미가 커요. 서로 문(文)을 논하다 보니 동질감도 생기고 국어도 완벽(?)하게 구사하고 이렇다 보니까 저는 유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계속 의식하느라 약간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요. 이대로 정진해서 문학으로 프로까지 노리기는 아직은 그렇지만 (무리이기도 합니다만) 이것만으로도 쬐금은 필력이 올라서 블로그에 더 다채로운 포스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소 무리수도 있었지만 좋은 시도와 경험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거리가 떨어졌으니 다음 포스팅을 기약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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