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 Comb - A. ver.

의지수
길티 크라운(Guilty Crown)

1st OP - My Dearest



 새해의 첫 포스팅은 지난달에 올리고 싶었던 길티 크라운의 감상평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본 지 꽤 지나서 제대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런 글은 보고 바로 써주는 게 제맛이라고 생각하지만 완성도 욕심에 자꾸 시기가 늦춰지는 것 같습니다.


 길티 크라운은 원래 전혀 모르고 있다가 블로그를 하면서 스샷 등을 보고 알게 된 애니입니다. 첫 인상은 여주인공인 이노리의 이미지가 무척 독특해서 요즘은 저런 분위기가 유행하나 보다 싶었죠. 나중에야 여유도 약간 생기고 다시 흥미가 생기기도 해서 일부러 찾아서 보게 되었는데 관련 정보를 보니 이 애니메이션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편이더군요. 작화하고 OST 등은 괜찮지만 내용이 별로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물론 전 그런 말만 듣고 길티 크라운을 좋다 나쁘다 여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세간의 평가에 대해 뻔히 알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바라보고 다가가느냐에 중점을 두고 감상하려 했습니다.


 네타가 들어가겠지만 줄거리를 대강 알려드리자면 오우마 슈라는 남자 주인공이 동경하던 웹 아티스트 유즈리하 이노리를 만난 것을 계기로 장의사라는 레지스탕스 일에 휘말려서 초국가간 조직 GHQ에 대항한다는 내용입니다. 1화에서 슈는 위기에 빠진 이노리를 구하려다 사람의 마음을 형상화한 보이드라는 물질을 이끌어낼 수 있는 왕의 능력을 얻게 되고 이후 그 힘으로 활약하게 되죠. 하지만 동시에 원하지 않았던 여러 가혹한 상황을 겪게 되고 이노리에 대한 감정, 자신의 잊혀진 기억과 진실들을 알아가면서 점차 로스트 크리스마스라는 신종 바이러스 사건과 연관된 일에 더 깊이 빠져들고 맙니다. 나머지는 다음에 얘기하는 게 좋겠네요ㅋ


 



 사실 이 애니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내용보다는 화려한 그림체나 시각적인 효과들이었는데 제가 좀 예전 애니만 보다가 그나마 최신작이 길티 크라운이었기 때문에 더욱 매료될 수 밖에 없었죠. 특히 히로인 이노리의 환상적인 등장은 커다란 모에쇼크로 다가왔습니다. 아티스트 차림으로 보이는 붉은 복장이 정말 희한하죠. 무슨 새를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꽃 같기도 하고 묘하게 색기가 흐르기도 하고 이 정도면 길이 남을 만한 매우 좋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미래적인 분위기의 배경과 애절한 느낌을 주는 이노리 본인의 노래 소리가 어우러져서 그 부분은 통틀어서 만점을 주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꼭 이노리가 부른 노래말고도 다른 OST 중에도 좋은 곡이 많은데 지금도 감상평을 작성하면서 듣고 있어요. 레게풍 스타일에 사이버틱한 느낌이 혼합되어 생소하면서도 길티 크라운의 세계관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고 봅니다. 작품 내 나오는 EGOIST라는 밴드는 실제로도 존재하여 신비감을 자아내고 supercell의 ryo가 참여한 오프닝이나 엔딩 곡도 괜찮았습니다.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역시 내용 쪽이 되겠네요.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는데 전개가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고 설정이 복잡한 것도 길티 크라운이 난해한 애니가 되는데 한 몫하지요. 2쿨 중반부터 그 현상은 더 심해져서 다 보고 나서도 의문점이 많이 남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봤을 때는 진짜 기대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부족한 결말에 분량을 늘리더라도 천천히 풀어나가면서 완성도를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애니메이션 자체는 무척 재밌습니다. 보이드라는 색다른 요소와 미려한 작화, 가끔 내용이 막 나가는 것 같아도 디테일한 묘사 등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긴박감 넘치는 전개도 이때는 단점이라기보다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덤으로 진행상 꽤 에로합니다 에로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약간의 서비스라는 측면으로 이해해야겠죠. 딱히 여자 캐릭터인 아야세나 츠구미가 좋아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고요.(뜨끔) 길티 크라운은 명장면도 상당히 많은데 전 그중 쿠호인 아리사라는 히로인이 나오는 씬을 손꼽습니다. 아가씨 타입이라 제 취향입니다......가 아니고 정말 멋진 장면이에요.





 작전을 위해 투입한 선상 파티 중 적이 드라군(미사일)을 쏘자 주인공 일행이 아리사의 보이드(방패)를 써서 막는데 타이밍에 맞춰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춤추는 승객들의 모습이 절묘하게 맞물린 씬이죠. 마치 밤하늘 아래 불꽃놀이를 연상케 하는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감상평은 이제 거의 끝났지만 글을 작성하면서 길티 크라운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해석 등을 모처럼 알아봤으니 좀 더 적어볼게요. 이 애니는 보이드의 정체나 아포칼립스 바이러스, 진화와 도태로 이어지는 묵시록, 다트라는 조직 등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무엇보다 주제가 가장 궁금하더군요. 혼자서는 파악이 잘 안되는 바람에 주로 검색을 활용해야 했습니다만......


 먼저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설이 있어요. 제목인 Guilty Crown(죄의 왕관)과도 연관이 되는데 후반부에 오우마 슈가 자신의 보이드로 세상의 모든 보이드와 바이러스를 짊어지고 희생하는 장면이 다른 사람의 죄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정신, 강대한 힘에 따르는 의무감이라 본다는 해석이지요. 항상 책임이 두려워 고난을 피해 다니던 오우마가 성장하면서 진정한 주인공이 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솔선하여 죄의 왕관을 쓴다는 내용이라 설득력이 강합니다.


 다음으로는 슈와 이노리의 만남, boy meets girl(소년, 소녀를 만나다)에서 주제를 찾을 수 있다는 설입니다. 주인공이 사건에 얹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유즈리하 이노리를 만난 것이었고 그 뒤로도 둘의 관계를 암시하는 씬이 자주 나왔었으니까요. 작중 오우마 슈의 행동 변화도 따지고 보면 이노리가 원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그녀를 구하는 것을 목표로 올인하는 슈나 끝까지 변치 않고 그의 편을 들어주는 이노리의 모습을 볼 때면 보이 밋 걸의 순수한 사랑이 메인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노리의 시점에서 바라본 girl meets boy(소녀, 소년을 만나다)라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처음에 그녀는 제대로 된 인성을 지니지 못하고 수동적인 태도를 유지하였으나 슈를 만나고 차츰 변하게 됩니다. 중간에 나올 때마다 바뀌는 실뜨기 모양이 이를 나타내는데 스스로의 정체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언제나 자신을 평범한 소녀로 대해주는 소년을 통해 사랑을 깨닫고 마지막에는 붉은 실뜨기를 건네주며 완전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감정에 서툴고 테러 속에서 무의미한 삶을 살던 이 인형같은 아가씨에게 그는 자신의 나약한 처지에 헤메거나 아파하면서도 그녀를 좋아하는 모습으로 다가와 함께 지내는 동안 인간의 애처로움을 알게 해준 소중한 사람이었던 거죠.


 11화에서 주인공이 동료들의 온갖 보이드를 동원하면서 Departures ~Blessing~를 배경음으로 포위망을 뚫고 이노리가 있는 곳에 다다르는 장면도 상당히 괜찮은데 시종일관 무덤덤한 태도였던 그녀가 은근히 슈가 와주기를 바라는 스스로의 감정을 깨닫고 놀라는 표현에서 그에 대한 마음이 애정으로 변화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둘의 관계는 길티 크라운의 오프닝이나 엔딩 등의 삽입곡에서도 나타나서 1쿨 OP에서는 이노리가 추억과 새로운 인생을 부여해준 슈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있고 2쿨 ED에서는 슈가 그런 이노리에게 그녀를 잃고 싶지 않으며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보답 곡이라고 하네요.


 결국은 슈가 이노리를 구하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끝나기는 하지만 주인공 일행들이 이노리의 노래가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마지막 결투를 하는 장면이 역시 또 좋습니다. 호평과 악평을 동시에 받고 있는 엔딩은 둘의 관계가 결실을 맺은 내용이 아니라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겠으나 히로인인 이노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을 희생해서 슈를 구원하는데 성공하며 애절한 바람을 이루었다는 걸 밋 보이의 아름다운 결말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얘기한 소녀, 소년을 만나다로 생각하는 쪽이 마음에 드는군요.


 그 밖에도 여러가지 견해나 평가가 많았는데 저는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전개 방식이나 추상적인 마무리 및 생략 등으로 인해 납득이 안 가거나 표현하려는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글을 쓰면서 스토리를 곱씹어 보니 나타내고자 하는 본질은 좋은 애니였던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고 멋진 연출도 재밌게 봤어요. 감상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족이지만 제가 보니까 이노리 양은 순수하고 예쁘기는 한데 조금 맹한 구석이 있는 여자애 같아요 ㅋㅋㅋㅋㅋ
그러니 아리사는 제 애인으로 삼고 츠구미하고 아야세짱은 제 여동생으로 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마무리 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