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 Comb - A. ver.

의지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통칭 아노하나라고 불리는 이 애니메이션은 애니플렉스, 후지TV, A-1 Picture에서 만든 오리지널 방영작입니다. 감독은 나가이 타츠유키, 시리즈 구성에 오카다 마리, 캐릭터 디자인에 타나카 마사요시로 주요 제작진이 토라도라의 제작진이어서 발표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다네요. 음악을 맡은 REMEDIOS는 한국에서도 러브레터 OST로 유명세를 떨쳤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죄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입니다만 ㅋㅋㅋ 관심도 전혀 없었고요. 아노하나라는 애니가 나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2011년 4월 거의 나온 시기에 맞춰서 봤죠. 이것도 괜찮다고 추천 비슷한 것을 받아서 보게 된 겁니다. 모 님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계속 볼 일이 없었을 수도 있겠네요. 감상한 것은 그때였지만 프리뷰를 지금 쓰고 있는 제가 정말로 막장이군요. 원래는 타이틀 이미지도 좀 꾸미고 움짤 형식의 파일도 넣고 캐릭터 소개도 포샵해서 멋지게 완성해볼 욕심이 있었는데 고유의 나태함 때문에 기대보다 제 스킬이 많이 늘지 않았어요. 하여튼 이상만 높아서.....이상을 안고 익사해야 될 듯; 하지만 이 이상 더 잘해보겠다고 시간을 끌다간 올해가 다 가겠습니다. 마감 타임(?)에 쫓기고 있으니 이제 그만 기세를 올려 써봐야죠. 그러니까 결국 이 프리뷰는 미완성이라는 얘깁니다. 나중에 다시 손 볼일도 없을 것 같으니 계속 미완성이겠네요.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프리뷰라니 아주 재밌을 것 같군요.

 아노하나는 원작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도 눈에 띄지만 노이타미나에 방영되었다는 점이 또 특징입니다. 노이타미나란 후지TV 금요일 새벽 0시 45분~1시 45분을 가리키는 특정 방송 시간대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Animation의 철자를 거꾸로 읽은 noitaminA에서 유래했다는데 애니메이션의 상식을 뒤엎고 싶다라는 스태프의 뜻이 담겨있다고 하네요. 그런 게 있는지는 이 애니에 대해 검색해보다 처음 알았습니다. 아노하나는 그 노이타미나 애니 중에서는 역대 1위로 대박을 친 업적을 달성했다고 한답니다.

 무척 슬프기로 유명한 애니기도 하죠. 스토리 라인은 이렇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성향상 내용 누설이 많으니 주의바랍니다. 어렸을 때 모종의 사건으로 좋아하던 여자아이를 잃고 모친도 병으로 떠난 주인공 야도미 진타는 쇼크로 좌절하여 학업 능력도 떨어지게 되고 원하는 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됩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초평화 버스터즈라는 6명의 소꿉친구들의 그룹을 결성해서 이끌던 리더격인 소년이었으나 매사에 의욕을 잃어서 등교를 거부하며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하죠. 그러던 어느 날, 평상시처럼 게임을 하던 진타는 놀랍게도 존재할 리가 없는 좋아했던 여자아이 혼마 메이코의 모습이 보이게 되는데.....본격 심령 공포 미스테리 스릴러!

 는 농담이고 판타지 요소가 약간 들어간 치유물에 청춘을 다룬 일상 이야기입니다. 딱히 무슨 원한을 품었는지 귀신이 되어 나타난 소꿉친구가 소원을 들어달라며 주인공 및 다른 아이들까지 덮치는 내용이 절대 아니에요. 절 믿으세요.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의 진실 ㅋㅋ


이 소녀가 바로 주인공 앞에 등장한 혼마 메이코, 별명은 멘마. 어딘가 덧없어 보이는 하얀 이미지가 인상적.


 감상평을 들려드리자면 저는 이 애니를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았습니다. 이런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마치 노스탤지어를 연상시키게 하는 배경, 일상 속에서 일어났을 지도 모르는 사건들, 애초에 멜로물을 잘 안 보는 편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내용은 장대하고 화려한 설정에 간지나는 캐릭터들이 나와서 막 때려 부수.....멋지고 뛰어난 스토리면서 철학적이거나 교훈적인 메세지가 담긴 그런 거죠;

 아노하나는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고리타분한 전개가 따분하게 이어집니다. 제 시점에서는 그랬어요. 하지만 그 완성도는 인정합니다. 아주 잘 만들어진 영상물이죠. 재미는 없었으나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루하다라고는 했지만 구성이나 연출이 뛰어나서 초반만 적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러닝 타임 내내 무리없이 빠져들 수 있어요. 에반게리온 이후에 이런 기법들이 눈부시게 발전하지 않았나 싶은데 이제는 애니를 보는 게 그냥 성향에 맞는 드라마를 하나 보는 느낌입니다.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알려드리자면 처음 멘마를 발견(?)한 주인공 진타는 자신이 어릴 적 트라우마와 여름의 무더위에 의한 영향으로 환각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고민하지만 점점 그 존재를 인정하게 됩니다. 분명 이 세상 사람은 아니지만 폴터가이스트 상태에 가까운 멘마는 10년전보다 성장도 했고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등 살아있는 인간과 비슷한 행동이 가능합니다. 추가로 이유는 불명이지만 주인공 진타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 것도 희한한 점이죠. 진타가 혼잣말로 그럼 대체 왜 이제 와서 나타난 거냐고 묻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그냥 부탁을 들어달라고 찾아온 걸 거라고 합니다. 그 부탁은 초평화 버스터즈 여섯 명이 모두 모여야 들어줄 수 있다는데......역시나 본격 서스펜스 추리물 판타지! 그리하여 진타는 과거 이후로 서먹해진 소꿉친구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주인공의 또 다른 소꿉친구 안죠 나루코. 모종의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삐뚤어진 방향으로 변모했다.


 마침 학교에 가지 않는 주인공에게 과제물을 전달해주러 초평화 버스터즈 멤버 중 한명인 나루코가 집에 들리지만 그동안 만난지 너무나도 오래되어 이미 예전의 관계와는 큰 괴리감이 생겨있습니다. 사이좋던 시절만 기억하고 있는 멘마는 둘의 어색한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고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를 들춰내기 어려운 진타도 괴로워하지요. 누구에게나 어렸을 때 같이 어울려서 놀다가 유년 시기가 지나면서 사이가 멀어지게 된 친구가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예전에는 친밀하게 지낸 사이였지만 오랬동안 보지 않다가 갑자기 만나게 되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경우가 생기곤 하죠. 아노하나는 이런 향수를 돌이키며 보는 이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치를 마련합니다. 저도 비슷했던 케이스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다가 이사를 가면서 연락을 못하던 소꿉친구들이 있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다시 볼 일이 있었거든요. 굉장히 어색했습니다, 으흐흐흐; 서로 변한 모습에 그때 그 시절처럼은 못 대하겠더군요.

 그러나 진타는 멘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 어색한 관계를, 그것도 좋지 않은 일들로 덮어두고 싶었던 과거의 상자를 열어야 하게 됩니다. 예전의 트라우마는 다른 초평화 버스터즈 멤버들에게도 마찬가지, 한명 한명 다시 만나게 되지만 반 히키코모리가 된 진타를 모두 보고 싶어하지 않죠. 드디어 견딜 수 없었던 진타는 멘마를 두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어렸을 때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멘마를 도로 찾게 되고 초평화 버스터즈의 기지였던 산 위에 오두막에서 멤버가 모이며 그날 멈췄던 시간이 다시 움직입니다.

 그들은 진타가 멘마와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믿지 않지만 몇 가지 나타나는 증거로 인하여 집결하게 되고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멘마를 성불시키기 위한 활동을 벌이게 됩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감동적인 씬들로 시청자들이 눈물을 많이 쏟았다고 하는데 저는 별 감흥이 없었고요. (감성이 메말랐나봐!) 보면서 약간 찡한 것은 있었습니다 ㅎㅎ 완성도는 매우 높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두 번은 보지 않으리라 마음도 먹었었는데 의외로 한 번 더 보게 되니까 보면 볼수록 새로운 재미가 생기더군요. 전 애니메이션 자체의 내용보다는 구성이나 세부적인 스토리, 설정을 알아가면서 흥미가 깊어졌습니다. 또 이런 영상물을 맡은 '나가이 타츠유키' 라는 감독에 대해서 관심이 아주 많이 갔습니다.


초평화 버스터즈의 마지막 멤버 츠루미 치리코. 유약했던 이미지는 사리지고 매몰차며 기가 세졌다.


 아노하나의 제작 인원 중 하나인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은 일본의 연출가이자 감독으로 이미 해당 애니를 만들기 전에도 괜찮은 영상물을 내서 이름을 널리 알렸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대표작으로는 <허니와 클로버>, <아이돌 마스터 제노그라시아>, <토라도라!>,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 등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것은 허니와 클로버하고 토라도라 밖에 없네요. 둘 다 보다 말았지만 나중에 토라도라는 히로인 아미짜응(!)이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다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원래 일상물이나 학원물 같은 것을 주로 만드는 모양이네요.

 처음에는 제작 진행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 입문하게 되었다가 키무라 신이치로 감독 아래에서 연출을 배워 단기간에 감독 보좌를 맡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기간이 고작 7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단한 초고속 승진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상당수에게 천재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인재라네요. 현재 나이도 삼십 대로 젊은 편에 속하는 감독입니다.

 오프닝과 엔딩 연출에 정평이 나 있으며 캐릭터에 색을 적용시키거나 일상을 잘라 보여주는 연출을 자주 사용하고 역동적이며 작품의 주제를 잘 전달하는데도 일가견이 있다는군요. ※엔하위키 미러 참조. 야마칸이라는 비슷한 나이대의 감독이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여기까지만 알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전에 길티크라운 프리뷰를 쓸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아노하나를 통해서 이 감독이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척 궁금했고 그 시점에 맞춰서 이 프리뷰도 텍스트화를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당시 인터뷰를 보니까 나가이 타츠유키 혼자만 주도하여 진행한 것이 아니라 오카다 마리라는 각본가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반영이 된 것 같고 본인도 그렇게 복잡한 의도를 넣거나 기획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토라도라, 그날 본 꽃의 이름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이 두개 밖에 제가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는 아예 안 봤고 허니와 클로버도 한 화 보고 말았던 것으로 봐서 나가이 타츠유키 스타일과 제 성향은 아마 상성이 안 맞는 모양입니다. 확실히 지나치게 건전한 일상물은 제가 보기에는 무료한 감이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재미가 없었다고 느꼈지만 그동안 티스토리에서 소개해드렸던 애니 중에는 가장 괜찮은 작이긴 합니다. 만일 모르는 사람에게 애니를 추천한다면 이걸 권장하고 싶네요.

 나가이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가정사나 가족애의 관련된 소재가 드러나는 것도 특징인데 아노하나도 그랬지만 토라도라도 비슷한 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건 다음에 토라도라에 대해 얘기할 날이 오게 된다면 그때 더 써봐야겠군요.

 

전 셋 중에 안죠 나루코가 좋습니다 :D



 앞서 타츠유키 감독이 독특한 색 기법을 잘 쓴다고 했었는데 히로인들만 봐도 그 점을 간단히 찾아볼 수 있답니다. 멘마는 흰색, 나루코는 주황색, 츠루미는 보라색 내지는 남색. 머리카락에 개성적인 색상을 적용시켰죠. 오프닝이나 엔딩에도 그 자신만의 기법을 발휘한 것 같은데 제 시각으로는 해석이 잘 안 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려 했지만 딱 이거다 싶은 글이 보이질 않더군요. 엔딩 영상 중에 빛바랜 회색 꽃이 떨어지다가 확하고 분홍 빛깔로 살아나며 올라가는 장면이 뭘 승화시키는 걸 의미한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얼핏 들은 건 있지만 설명을 못 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색상이 특이해요. 예쁘기도 하고요. 각 캐릭터에 들어간 색도 어떤 의미가 있긴 있었을 겁니다. 이것도 딱히 정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제가 사전을 참고로 분석을 해볼게요.

 먼저 하얀색 원피스에 은발에 가까운 흰머리를 하고 있는 멘마는 역시 흰색 이미지를 상징한다고 봐야겠죠. 흰색은 아무것도 없는 이미지를 주는 색으로 청순과 성스러움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네요. 그러나 가끔은 이 세상 밖의 존재로 등장해 공포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히익, 적당히 끼워 맞추면 마치 꼭 멘마의 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오렌지색 컬러가 돋보이는 나루코는 주황색 이미지겠군요. 색채 심리학에 따르면 주황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활동적이고 건강하며 낯가림이 적고 개방적이라고 합니다. 또 경쟁심이 강해 지기 싫어한다고 해요. 애니상에서도 나루코는 신체가 건강하고 (.......) 개방적인 학생이 되었습니다. 낯가림은 좀 있던데 A형이라서 그러나; 주황색은 뭔가 식욕을 돋우는 색이라도 하고 탐욕을 상징하는 색일 때도 있었다네요.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진타에게 호감이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싶지 않아 하니까요.

 성장하면서 안경 소녀가 된 츠루미의 색은 보라색입니다. 보라색은 외향적 심리를 나타내는 빨강과 구심적 심리를 나타내는 파랑이 혼합된 색으로서 양면성의 감정이 혼재하는 심리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는 이 색을 침체된 우울한 기분이나 체험을 가진 불행한 아이라 했고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는 정서불안을 가져오는 몸의 기능 저하라고 보고했답니다. 긍정적인 키워드로는 신비스러움, 고귀함, 화려함, 초자아, 치유, 강력함 등이 있지만 부정적 키워드로는 고독, 우울, 상처, 갈등, 애증, 이질적, 병약함, 죽음 등이 있다는군요. 이것들이 츠루미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성실하고 어른스러운 성격이 된 츠루미는 히키코모리가 된 진타를 약간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안죠 나루코에게는 차갑게 대하는 등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행동을 많이 보입니다.

 초평화 버스터즈의 나머지 멤버로 방구석 폐인 담당 진타, 이인자 담당 유키아츠, 개그 담당 폿포도 있지만 전 남자는 공략하지 않으니까 패스하지요. 제가 색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으면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약간 아쉽지만 넘어가야겠네요.

 비교적 잔잔한 흐름으로 진도가 나가는 아노하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른 볼거리도 많습니다. 저는 좀 거리를 두고 봐서 그런지 담담하게 감상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4화의 마지막 씬하고 8화의 마지막 씬을 뽑아요. 4화에서는 멘마가 둘이 나타나서 소동이 벌어지는 에피소드인데 특히 신캐릭터로 나오는 멘마아츠(?)가 무척 압권이니 놓치지 마시길 ㅋㅋ 8화도 재밌습니다. 한참 멘마가 실제로 나타났네 마네로 초평화 버스터즈 멤버끼리 서로 다투는 와중에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일기장이 저절로 떨어지고 보이지는 않았지만 죽은 친구의 글씨로 일기가 써져서 모두 아연실색하는 그 부분만큼은 저도 등줄기에 오한이 서리면서 섬뜩하더군요 ^^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최종적으로는 서로의 불신과 응어리로 인하여 파탄, 흩어졌던 초평화 버스터즈는 멘마의 헌신으로 인하여 다시 그 관계를 회복하게 됩니다. 긴 시간동안 말하지 못하고 숨겨왔던 진실을 잘 살펴보면 전 인원이 그녀에게 뭔가 한가지씩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데 멘마는 그것들을 모두 이해하고 용서하며 다 같이 함께하자고 말하죠. 자신이 고통스러워도 다른 사람을 위할 수 있다니 보면서 너무 순수한 소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멘마가 정말로 현실에 있는 사람이라면 만나기가 부담스럽거나 망설여질 정도입니다. 제 여동생으로 삼기에는 (엥?) 지나치게 천진난만하고 깨끗하지 않나 싶어요. 순백의 좋은 여자아이군요.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그 꽃은 멘마를 상징하기도 하고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성장통의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결말 부분 때 흐르는 나레이션에 중요한 키워드인 꽃에 관련된 문구와 아노하나의 주제가 담겨있다고 하니 옮겨 보는 게 좋겠네요.

 '우리들은 성장해간다. 계절은 점점 지나가고 길가에 피는 꽃도 바뀌어간다. 그 계절에 폈던 꽃은 뭐라 부르더라? 살랑살랑거리고 건드리면 가시에 찔려서 아프고 냄새를 맡아보면 약간 푸른 양지의 향기가 났다. 점차, 그 향기는 희미해져간다. 우리들은 성장해간다. 하지만… 그 꽃은 분명 어딘가에 다시 필 것이다. 그래,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그 꽃의 소원을 계속 이루며 살아갈 것이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멋집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중간 중간 꽃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꽃들의 의미에 대해서는 정리가 잘 된 글이 있으니 링크를 걸지요. 엔딩 직전에 나온 꽃과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꽃은 각각 개망초와 물망초라고 하는데 개망초에는 '화해' 라는 꽃말이 담겨져 있고 물망초에는 '나를 잊지 말아요' 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요......멘마가 화해하고 잊지 말아달라는데 그렇게 해야겠죠. 지금까지 조용하면서도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여운이 남는 애니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였습니다.


p.s. 아노하나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엔딩 영상이 남다르다고 호평이 많은 편이랍니다.
원곡은 ZONE이라는 그룹의 히트곡 Secret Base ~네가 준 것~ (10 years after Ver.)인데
가사는 헤어지는 친구가 10년 뒤에 만나자는 내용이라네요. 그러니 끝은 이걸로 장식하는 것이 진리겠죠.
좋은 애니입니다.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저는 이제 그만 보겠습니다 ㅋㅋㅋㅋ